무플 무서워요

US Election 2008

Appendix/사는 이야기 Posted at 2008. 11. 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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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초유의 관심 속에, 드디어 선거의 결과가 나오는 오늘 우리나라 각종 일간지의 1면은 모두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대한 기사가 넘쳐났다.

                                                                                                                                                  ※ 2008년 11월 5일자 각 일간지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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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의 여론결과 조사 및 분위기가 버락 오바마에게 기울어졌고, 이미 판도는 존 메케인이 뒤엎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가득했지만, 오프라인 신문의 특성상 미리 오바마의 당선을 보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 오전이면 거의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만, 인쇄는 미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의 만약에라도 브래들리 효과를 등에 업고 메케인이 당선이 된다면 신문사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온라인을 통한 속보를 통해 전달하는 수밖에.


사실 나도 오바마의 예상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큰 이슈이기는 했으나, 어쩌면 큰 이슈일수록 관심이 더 없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오바마와 메케인에 대해 잘 몰랐다. 다만, 오바마는 40대의 젊은 흑인이고 메케인은 70대의 노회한 백인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고 할까?

사실 이 조그만 단서만으로도 나는 고정관념에 입각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 <존 시드니 메케인 3세>
 * 40대 = 진보적, 경험부족
 * 흑인 = 인종차별 철폐에 대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 예상,
             주로 흑인들의 지지 예상
 * 후세인 = 이름이 아랍계통? 아랍에 대한 정책 변화 예상
 * 70대 = 보수적, 다양하고 깊은 경험, 보수적인 미국 상류층과의
             두터운 친분 내지 지지 예상
 * 군인출신 = 전쟁에 대한 전폭적 지지 예상,
                   퇴역군인 및 군수업계로부터의 전폭적인 지지 예상

물론, 위의 표는 지극히 배경지식 없는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나는 결코 이번 미 대선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일은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하였다. 일단 나는 미국이 지독히 보수적인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보수적인 사회라고 결론짓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몇 글자 적어보자면,

1. 미국은 거의 대다수가 개신교 신자인 나라다. 음, 개신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고 종교의 성격 자체가 유일신을 섬기고 타 종교에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 하나님의 말이 곧 진리고 그 진리를 따르므로 하나님의 말, 곧 성경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 배척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옳지 아니한가. 그래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할 수 있다.

2. 미국은 WASP(앵글로 색슨계 미국 신교도)가 이끌어왔다. WASP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초기 미국인들의 후손들이며 경제공황 이전까지는 미국의 200대 기업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던 매우 영향력 있는 집단이었다. 경제공황 이후 유대인들의 유입으로 판도가 좀 바뀌기는 했지만 정통 WASP 출신인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가 나란히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WASP의 영향력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는 곧 돈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지세력이 없을 수가 없고,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을 보면 아들 부시가 얼마나 많은 정치자금을 받아 썼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당선 후의 대가도 엄청났지만. 말이 조금 빗나갔지만, 아무튼 이래서 미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할 수 있다.

3.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한 나라다. 부동의 1위인 Pax Americana인 것이다. 따라서 가질 것을 다 가졌기 때문에 변화를 싫어한다. 새로운 강대국들이 자신의 밥상에 머리를 들이 미는 것도, 변방의 조그만 나라가 핵 무기 가지고 깝죽대는 것도, 힘으로 안 되니까 테러로 덤벼대는 꼴도 다 보기 싫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기득권을 계속 가지기 위해 개방성과 포용성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버리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생각했기에 나는 미국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맞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종교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개신교는 노인층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쇠퇴했고, 젊은 층에서는 무종교나 이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것.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퓨 포럼이 최근 미 전국의 3만5천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가 놀랍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전체 3분의 2인 67% 정도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했으나 이번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51%로 크게 줄었다. 미국인 2명 중 한 명만이 기독교인이고 나머지 한명은 다른 종교나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기독교인의 연령별 차이다. 한마디로 나이가 든 미국인들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고 나이가 적은 미국인들 중에는 기독교인 수가 적은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18세부터 29세까지의 젊은이들 중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절반이 안되는 43%에 불과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70세 이상의 미국인수는 전체 62%였다.

그리고 한 가지 과거와 다른 것은 무종교인이 크게 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대목이다.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종교성향 조사를 하면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적게는 5% 정도고 많아야 8% 정도가 최대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한 미국인 비율은 무려 16.1%나 됐다. 20여년 만에 무종교인 비율이 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연령별 차이를 따지면 더욱 심하다. 18세부터 29세까지의 젊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종교를 물었을 때 종교가 없는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25%까지 늘었다. 앞으로 미국을 이끌고 나갈 젊은이들 4명 중 1명이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하고 이러한 숫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 특히 그동안 크게 드러나지 않던 소수계 종교들의 빠른 성장세도 나타났다. 미국에서 기독교 외의 주요 종교는 가톨릭이 다음이고 그 다음이 이슬람, 유대교, 불교 등이다. 이들 중에서 가톨릭을 제외한 이슬람, 유대교, 불교 등이 지난 1980년대에 비해 적게는 30% 정도에서 많게는 200% 이상 신도수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개신교 신자들만의 국가는 아닌가보다.

WASP 또한 그렇다. 그 영향력은 무시할 바가 못 되지만 지금 미국의 인구의 25%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수 많은 세대 교체가 일어났고, 개방적인 문화에서 포용적인 마인드를 키워온 젊은 층들이 이번 투표처럼 투표율이 높았다면, 그 영향 역시 무시하지 못 할 만큼은 되었으리라 본다.

또 이번의 미국발 금융위기,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시작된 전 세계의 경제침체를 겪으며 Pax Americana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더 이상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통하지 않고, 월 스트리트의 신통한 투자도 그 끝을 봤다는 것.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줄줄이 부도 위기에 처했고, 이 경기침체는 대공황처럼은 아니겠지만 꽤나 오래도록 지속되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상황이 변한 것이랄까. 그래도 나는 메케인이 당선될 줄 알았다.
출구조사니 뭐니 해도 나는 미국의 보수성을 믿었고, 그래서 브래들리 효과를 확신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은 오바마의 당선 소식에 나는 그저 멍 때리고 있었을 뿐이다.

어찌됐든 이로써 미국 정치사에는 일대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 한 사람으로 인해서 전 세계 60억의 삶이 또 어찌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흥미로운 과정을 지켜보면 되는 것일까?

오바마가 당선 되어야 좋은가, 메케인이 당선 되어야 좋은가...그런 건 잘 모른다.
오바마를 좋아하는가, 메케인을 좋아하는가...그런 건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것이 다만 실감나지 않을 뿐.
볼을 꼬집어 보는 게 이 따위 글 쓰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볼을 한 번 꼬집어 보련다ㅋㅋ

어쨌든 깔끔하게 패배를 승복한 메케인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심지어 메케인의 축하전화가 뉴스에서 오바마 확정 자막 나간 지 15분만에 왔다고 기사까지 났더라. 나는 또 지난 번처럼 재투표하니 어쩌니 말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워낙 표차가 크니까 그럴 수 없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바마에게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자고 했으니 그거야 지켜보면 알 일이고!

(+)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는 우리나라케냐처럼 임시공휴일이나 지정하지. 학교가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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