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합헌결정 논란, 앞으로의 향방은?
바로 어제(30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형법 제241조)에 대한 4번째 합헌 결정을 내 놓았다.
이제야 형법각론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대해서 앞다투어 보도하는 뉴스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여성 탤런트의 사진과 이름이 따라다녔다.
연예계 사정에 눈이 어둡고 관심도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건만,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가 바로 이 여인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구체적인 정황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내연남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이 바람을 피운 듯 했다.
공인된 스타가 연루된 사건이라 이다지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일까?
아무튼 문제가 되는 간통죄를 다룬 형법 조항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형법 제2편 각칙에서 제22장을 살펴보면 성 풍속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성 풍속에 관한 죄' 중 첫 번째로 규정된 죄가 바로 간통죄이다.
①配偶者있는 者가 姦通한 때에는 2年 以下의 懲役에 處한다. 그와 相姦한 者도 같다.
②前項의 罪는 配偶者의 告訴가 있어야 論한다. 但, 配偶者가 姦通을 慫慂 또는 宥恕한 때에는 告訴할 수 없다.
위 조항의 1항에서는 배우자 있는 자와 그와 상간한 자를 모두 간통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 2항에서는 이 죄가 친고죄이며 상대 배우자가 용서한 경우에는 고소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을 배경지식으로 해 두고, 이 간통죄에 대한 조항은 왜 제정하게 되었는지 당시 입법자의 입법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간통죄의 존폐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은 바로 입법자가 법을 제정하던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맞지 않기 때문이 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간통죄는 입법당시(1953년) 사회 전반에 짙게 깔려 있던 유교사상과 사회 전반의 의식 등을 수용하여 혼인제도의 유지와 남성의 간통으로부터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입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의 의식이나 사회 전반의 분위기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여부에 관한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최초는 헌법재판소 1990.9.10, 89헌마82 전원재판부(사건 자세히 보기 : '클릭')사건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합헌 6명, 위헌 3명으로 간통죄에 관한 형법 규정은 합헌임을 확인했다. 벌써 20여년이나 지난 당시 다수의견을 내놓은 재판관들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ㆍ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서나 부부간의 성적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간통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헌법재판소 1993.3.11, 90헌가70 전원재판부(사건 자세히 보기 : '클릭')사건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결정 역시 합헌결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89헌마82 사건의 결과와 동일하였다. 왜냐하면 89헌마82 사건을 심판한 재판관은 재판장 조규광을 비롯하여 이성렬, 변정수, 김진우, 한병채, 이시윤, 최광률, 김양균, 김문희 재판관이었으나, 90헌가70사건에서는 합헌 의견을 내 놓았던 이성렬 재판관이 빠지고 새로 황도연 재판관이 임명되었으나, 황도연 재판관도 조규광, 김문희 재판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따름으로써 결과가 뒤바뀌지 않은 탓이었다.
따라서 세 번째로 있었던 간통죄 위헌여부심사(헌법재판소 2001.10.25, 2000헌바60 전원재판부 - 자세히 보기 : '클릭')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 합헌을 주장했던 재판관들이 전부 바뀌고 새로운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법재판소가 맡은 심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선 두 사건과 꽤나 시간차가 있어 개방된 성 의식과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수용해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헌법재판소는 합헌 8명, 위헌 1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적 차이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압도적인 다수의 재판관이 간통죄의 합헌성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에게 간통죄의 폐지 여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 바로 어제 나온 헌법재판소 2008.10.30, 2007헌가17 "형법 제241조위헌제청" 사건이다. 결정 요약문은 아래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간통죄에 대한 헌법소원역사상 최초로 위헌의견이 재판관의 과반수를 넘었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합헌 의견을 낸 민형기 재판관은 "구체적 행위 양태를 고려하지 않고 반사회적 성격이 약한 경우까지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입법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기에 민형기 재판관이 위헌 의견으로 기울었다면 정족수 6명을 채워서 간통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로 55년의 긴 생애를 마감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을 지도 모른다.
사실 결혼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간통죄가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어쩌면 미래의 내 아내가 간통을 하였을 경우, 국가형벌권에 의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혹은 징역 2년 이하로는 부족하다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지 않았기에 좀 더 감정적인 면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간통죄는 형법전에서 사라져야 할 죄인 것 같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통죄 폐지를 주장해 왔기에 그 논리에 있어서 식상할 지 모르겠지만, 우선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에 관하여 살펴보자면 간통죄를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상대 배우자의 고소로 법정에 서게 되면 수사단계에서 또는 공개된 재판정에서 간통을 저지를 배우자와 상간자는 자신들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해 전부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한다는 법 앞에서 어찌 그것들을 공개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밝히도록 하고 있는 것인가?
다른 형벌의 선택 없이 죄질이 다양할 수 있는 간통죄에 대해 징역형만 선고하도록 하고 있는점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형법 제242조의 음행매개죄는 징역과 벌금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제243조 음화반포죄 및 제244조 음화제조죄에서도 마찬가지로 징역과 벌금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또한 제245조 공연음란죄에서는 징역,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판단하건대 음화반포죄, 음화제조죄 및 공연음란죄, 그리고 간통죄 보다는 음행매개죄가 훨씬 죄질이 더 커 보인다. 심지어 형벌 자체도 그렇다(간통죄 : 징역 2년 이하, 음행매개죄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 원 이하). 왜냐하면 이 죄는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이나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매개하여 간음하게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법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하여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벌금형 받으면 그동안 음행매개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벌금 내버리면 그만 아닌가?
간통죄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영업에 있어서 접대를 위한 성매매를 하게 된 경우, 장기 출장 중의 성매매 혹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경우, 부부간의 애정이 식어 가정이 파탄난 상태에서의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 경우 등이다. 간통죄의 입법취지에 혼인제도의 유지와 가족생활의 보장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세 번째로 든 사례 같은 경우에는 이미 가정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파탄가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국가라는 이름으로 서로 애정이 식어 더이상 가정을 꾸려갈 생각이 없는 부부에게도 가족생활을 계속 할 것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점에서 단지 "징역 2년 이하"라고만 정하여 형벌권의 선택의 폭을 없애버린 점은 위헌의 소지가 있을 법도 하다. 죄질에 따라서 알맞은 형벌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형벌권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통죄의 규정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참고 용서하는 선량한 피해자는 보호할 수 없고, 용서하지 않고 복수하려는 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뿐이며(복수라는 표현은 어감이 이상하지만), 보다 많은 위자료를 받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경우도 있다. 따라서 위자료를 충분히 지급할 능력이 있는 자는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만 처벌을 받게 되고, 대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성이 여성을 고소하기는 쉬워도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하나, 재력에 의한 그리고 남녀차별을 가져오는 제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통죄를 악용하는 경우, 즉 특정인을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함정 또는 재물을 갈취하기 위한 미인계 같은 경우가 가능할 수 있으며,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가 어쩌다 실수를 저지른 경우 간통죄의 성립을 이용, 계속적인 성적인 침해 또는 재물갈취 등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간통사건에 대한 기소율도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1984년 29.7%였던 간통사건 기소율이 20년 후인 2004년에는 14.4%로 떨어졌고, 여성을 보호하려던 간통죄의 입법취지와는 다르게 2004년 여성 간통사건의 기소율은 15.4%로 해마다 오르고 있는 추세이며 이 수치는 전체 간통사건 기소율인 14.6%를 웃돌고 있는 수치라고 한다. 따라서 여성보호라는 입법목적도 여성의 외도가 늘어남을 통해 그 의미가 흐려져 버렸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 추세에 이르렀고, 국내에서도 간통죄 폐지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2011년까지는 현재 구성된 헌법재판관들의 임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그 안에는 간통죄의 위헌판결이 내려지기 쉽지만은 않겠지만 조만간 간통죄가 폐지되든지, 아니면 간통죄에서 규정해 놓은 형벌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얻어 개정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간통죄의 규정이 개정되거나 폐지될 경우에는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유책 배우자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