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진정한 스포츠 정신의 이배영 선수(역도)
대회 6일차인 이제서야 "드디어 대망의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고 하는 것은 정말 뒷북치는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그간 블로그를 비워 놓고 아프리카TV와 각 방송국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운동경기를 지켜봐 온 나로서는 지금 막 시작하는 올림픽에 관한 포스트의 첫 시작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짜잔, 기다리던 2008 베이징 올림픽 드디어 시~작!"
이라고 말이다.
평소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축구경기의 복잡한 룰은 2002년 월드컵에 알게 됨, 당시시 혈기왕성하고 한참 스포츠에 관심 많은 18세였음) 나로서는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스포츠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굉장한 계기가 되는 행사임에 틀림 없다.
양궁이나 유도, 레슬링은 그래도 메달을 따 주기 때문에 올림픽 때마다 중계를 놓치지 않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박태환 선수 때문에 수영 중계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고,
진종오 선수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홈페이지의 실시간 사격결과 페이지를 새로고침 하면서 몇 점을 쐈는지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다.
운동하는데 머리가 거슬렸는지 꼬불꼬불 아줌마 파마를 하고 나온 윤진희 선수 덕분에 장미란 선수 외에 역도 선수가 또 있음을 알게 되었고, 역도는 인상과 용상의 기록을 합쳐서 계산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남현희 선수도 잊을 수 없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이후 성형파문으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지만 그것 역시 오해가 아니었던가. 이번에 은메달을 따고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고 해서 아주 기쁘다. 언젠가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 같기에...
대회가 하루 지날 때마다 금메달을 하나씩 따서 종합성적 2위에 이틀이나 랭크되어 있었고, 아직까지도 3위에 머물러 있는 인구 5천만의 작지만 아주 큰 나라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이제 겨우 대회 6일차이고 아직도 경기는 많이 남아 있기에 최종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성적만으로도 세계에 큰 이름을 널리 알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지만 지금 대한민국 對 스웨덴의 경기 중계도 포기하고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어제 보여주었던 이배영 선수(역도, -69kg급)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상 경기에서 155kg을 들어 올리며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중국의 리아오 호이 선수가 158kg을 들어 2위로 인상을 마무리 했지만 해설위원의 말에 의하면 이배영 선수는 용상이 주종목이라고 하였다. 인상에서 155kg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모습으로 보아 컨디션이 아주 좋은 것 같았고 메달권에 진입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용상 1차 시기. 사진에서처럼 바벨을 들어 올리는 이배영 선수의 왼쪽 발목이 꺾이고 말았다. 왼쪽 다리에 갑자기 근육 경련이 일어 났기 때문이다. 1차 시기 실패.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 때문에 이배영 선수는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은 후 절뚝거리며 퇴장하였다. 그리고 무게를 186kg으로 늘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이를 악물고 다시 나왔다. 이 시간 동안에 바늘로 경련 부위를 찔러 뭉친 피를 빼는 등의 응급치료를 했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한 번 경련이 온 후에 힘을 주게 되면 한 동안은 계속 경련이 오게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차, 3차 시기 모두 성공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절뚝거리던 걸음을 멈추고 관객 앞에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이를 악물고 2차 시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역시 근육 경련 탓인지 이번에는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마지막 3차 시기였다. 무게에 변화를 주지 않고 2분의 휴식 시간중 40여 초가 지났을 무렵 그는 다시 무대로 올라섰다. 대기실에서 절뚝거리던 다리는 관객들 앞에서 다시 멀쩡해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해맑게 웃음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3차 시기는 잘 되는 듯 싶더니 바벨을 가슴에 얹은 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다리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었다. 지난 4년 간의 피땀흘린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쳤을 것이다. 그는 쓰러진 그대로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실패했고 쓰러졌을지언정 끝까지 두 손에 바벨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홈 팀인 중국을 응원하는 중국 관객들이 "中國 加油 중궈 짜요우"를 외쳐댔었지만 이배영 선수의 끈기와 투혼을 보여주는 진정한 스포츠맨십 앞에서 그들도 국경을 넘어 이배영 선수에게 "加油 짜요우"를 외치며 힘차게 격려하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것 같다며 태릉에서 피땀어린 노력을 해 온 이배영 선수에게 경기 중 큰 재난이 닥친 것은 선수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나라와 피부색을 뛰어 넘어 모든 세계의 스포츠인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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